"가장 멍청한 짓"이라더니…머스크가 현실화 앞당긴 분야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3-12-28 09:00   수정 2023-12-28 14:0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먹구름 드리운 태양광 업계-보너스 편(新기술)



2012년 기술 전문지 파퓰러메커닉스의 유튜브 채널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가 올라왔다. 세상을 바꿀 기술들에 대해 대담하던 중 그는 한 기술을 가리켜 "지구상에서 제일 멍청한 짓(the stupidest thing ever)"이라고 저격했다.

10여년이 흐른 오늘날 이 기술의 연구자들은 그들이 거둔 성과의 공을 머스크에게 일부 돌리고 있다. 머스크의 또 다른 회사인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팰컨)를 개발한 덕분이다. 우주에서 인공위성으로 받아낸 태양열을 전기로 만들어 지구로 쏘는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의 이야기다.
'페인트'로 태양광 발전도 모자라우주까지 진출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1970년대부터 연구되어 온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이론적 가능성은 입증됐으나 경제성을 이유로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하지만 최근 발사체 비용이 낮아지고 탄소중립 공감대가 급격히 커진 뒤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5월은 우주 태양광 발전 업계의 분기점으로 기록됐다. 미국 칼텍 연구진이 작년 1월 쏘아 올렸던 우주 태양광 발전 시제품에서 전송된 전기를 수신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아주 작은 양의 전력이었지만, 전 세계 최초 사례다.



지상의 태양광 업계에서는 평균 효율이 20%대에 불과한 셀(태양전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현재 주력 셀로 분류되는 '퍼크셀'을 양산 중인 제조사들은 탑콘 등 3세대 셀을 비롯해 차세대 페브로스카이트 셀까지 개발 중이다. 페브로스카이트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이를 적층 구조(탠덤)로 만든 셀의 효율은 이론적으로 40%에 이른다.

또 두께가 아주 얇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어 아파트 벽이나 창문, 자동차 지붕 등에 페인트처럼 펴 바르는 방법(도포)으로 설치하면 태양광 발전의 '일상화'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상화를 하더라도 밤이 되면 태양빛이 만들어내는 전력을 쓸 수 없다. 간헐성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나 양수발전소 같은 추가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낮과 밤의 변화나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요동치는 지표면의 태양광과 달리, 우주 태양광 발전은 단독으로 24시간 상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전원이 될 수 있다. 햇빛은 지표보다 대기권 상단에서 평균 8배 이상 강하다. 태양열은 대기를 통과하면서 반사되거나 구름과 먼지 등으로 인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정지궤도에서는 도달하는 모든 태양열을 모아 매시간 전력을 만들 수 있고 이를 지구상 어디로든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은 인류가 지표면을 벗어나 우주 태양광 발전을 꿈꾼 이유다.

미국 해군연구소의 전자공학자 폴 재피는 "우주 태양열은 GPS가 내비게이션에서 했던 일을 에너지 분야에서 재현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현재 중국(주리), 유럽(솔라리스), 영국(카시오페이아), 일본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미국 칼텍의 경우 억만장자 개인이 후원한 실험이었지만, 미국은 공군연구소가 2025년에 정지궤도에서 전력을 송출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솔라리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산제이 비젠드란은 "우주 태양광 발전은 핵융합보다 더 빨리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쏘아올린 우주 태양광 발전의 혁신
우주 태양광 발전은 정지궤도에서 셀(태양전지)이 부착된 인공위성이 태양열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 형태로 변환한 뒤 대기를 통해 지상의 수신안테나로 무선 전송하고, 지상기지에서는 이를 다시 전기로 바꿔 전력망에 공급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이 과정에서 발사 비용을 줄이는 로켓 재사용 기술이 필요한데,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팰컨을 개발한 덕분에 과거 1㎏당 5만달러에 육박했던 발사 비용은 최근 1000달러대로 떨어졌다.

2020년 영국 정부는 "2기가와트(GW) 규모의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배치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약 160억파운드로 추산된다"며 "이는 3.2GW 규모의 힝클리 포인트 원자로 설치 비용(330억파운드)보다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기업 스페이스 솔라는 "태양전지 위성의 발전 비용은 2040년이면 메가와트시(MWh)당 34달러로 떨어져 육상 태양광(MWh당 43달러), 해상풍력 발전소(MWh당 53달러)보다 경제적인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0여년 전 머스크가 우주 태양광 발전을 폄하했던 배경은 뭘까. 그는 태양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크기 때문에 우주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도 훨씬 떨어지고, 경쟁력 측면에서 지상 태양광 발전소보다 뒤처진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칼텍의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를 이끌고 있는 해리 앳워터는 "현재까지 이론상 우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만든 에너지 중 지상의 전력망으로 흘러가는 비율이 5~12%에 불과한 것은 사실(최대 95%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라면서도 "우주 공간에 비치는 햇빛의 양이 지표면 태양열보다 8배 이상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주상의 태양전지는 40%대 효율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그 같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태양전지는 지구상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난관들은 여전히 많다. 우주에서 GW급 규모로 발전하려면 태양전지가 부착된 각 위성의 크기가 1.5㎞ 이상이어야 한다. FT는 "인류가 궤도에 올려놓은 물체 중 가장 큰 국제우주정거장도 그 길이가 100m가 조금 넘는다"고 지적했다. 지상의 수신 안테나는 지구에 도달할 때 확산되는 마이크로파를 포착하기 위해 직경이 최소 5~10㎞여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부지 확보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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